도시로 존재하지만, 아무도 살지 않는다
미국, 캘리포니아 보디(Bodie)가 멈춰버린 이유
캘리포니아의 사막과 산맥이 맞닿는 고속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도로 표지판 하나가 시선을 붙잡는다. ‘Bodie’. 표지판은 분명 도시 이름을 가리키고 있지만, 그 방향으로 차를 돌리는 순간부터 풍경은 이상해지기 시작한다. 주변에는 생활을 암시하는 어떤 움직임도 없고, 바람 소리만이 넓은 평원을 가로지른다. 도시에 들어섰다는 느낌보다, 시간이 멈춘 공간으로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먼저 든다.

이곳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보디"다. 흔히 ‘유령 도시’라고 불리지만, 보디는 단순히 사람이 떠난 폐허와는 다르다. 건물들은 무너져 있지 않고, 거리의 형태도 비교적 온전하게 유지되어 있다. 상점, 술집, 학교, 주택들이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그 안을 채워야 할 사람들만 사라진 상태다. 이 도시가 특별한 이유는, 쇠락의 과정이 갑작스럽거나 비극적인 사건 때문이 아니라, 한 시대의 끝과 함께 자연스럽게 찾아왔다는 점에 있다.
보디의 시작은 19세기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이 발견되면서 이곳은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광산 도시가 되었다. 한때 보디에는 수천 명이 살았고, 술집과 상점, 호텔이 줄지어 들어섰다. 학교가 운영되었고, 신문이 발행되었으며, 도시로서의 기능은 완전하게 갖춰져 있었다. 외부에서 보면 거칠고 무질서해 보일 수 있었지만, 내부에서는 분명한 일상이 돌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보디의 번영은 특정 자원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었다. 금 채굴이 도시의 생명줄이었고, 다른 산업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채굴량이 줄어들기 시작하자 도시의 균형은 빠르게 흔들렸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다음 광맥’을 기대하며 버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점점 더 명확해졌다. 더 이상 이곳에서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사람들은 한꺼번에 떠나지 않았다. 먼저 젊은 노동자들이 다른 광산이나 도시로 이동했고, 그 뒤를 따라 상점과 서비스가 문을 닫기 시작했다. 학교는 학생 수 부족으로 운영이 어려워졌고, 가족 단위 거주자는 점점 줄어들었다. 도시가 기능을 잃어가는 과정은 매우 현실적이고 점진적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폐쇄된 도시가 아니라, 매년 조금씩 비어간 도시였다.
결정적인 차이는, 보디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대안을 갖지 못했다는 점이다. 농업이나 교통의 중심지가 될 조건도 아니었고, 다른 산업으로 전환할 기반도 부족했다. 결국 남아 있던 주민들까지 떠나면서, 도시는 생활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완전히 상실했다. 보디는 그렇게 ‘사람이 살지 않는 도시’가 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보디가 완전히 방치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곳은 역사적 가치가 있는 공간으로 인식되었고, 캘리포니아 주는 보디를 주립 역사공원으로 지정했다. 그 결과, 건물들은 철거되거나 현대적으로 재개발되지 않고, 마지막 주민들이 떠난 당시의 상태에 가깝게 유지되고 있다. 창문에는 유리가 남아 있고, 상점 안에는 물건들이 그대로 놓여 있다. 이는 도시가 갑자기 붕괴된 것이 아니라, ‘멈춘 채 보존된 공간’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만든다.

보디를 보면 묘한 감정이 든다. 완전히 파괴된 폐허가 아니라서 공포스럽지도 않고, 관광지처럼 꾸며진 공간도 아니다. 오히려 사람의 흔적이 너무 선명하게 남아 있어, 왜 아무도 이곳에 살지 않는지 계속해서 질문하게 만든다. 침대가 놓인 방, 교실의 책상, 술집의 바까지 모두 제자리에 있는데, 그 안을 사용하는 사람만 없다.
이 도시는 ‘사라진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보디는 지도에서 사라지지 않았고, 이름도 지워지지 않았다. 건물도 남아 있고, 길도 남아 있다. 그러나 도시를 도시답게 만들던 요소, 즉 사람들이 살아가며 만들어내던 일상의 흐름은 완전히 끊어졌다. 그래서 이곳은 죽은 도시라기보다, 과거의 시간 속에 고정된 공간에 가깝다.
보디의 사례는 미국 서부의 다른 광산 도시들에서도 반복된다. 특정 자원에 의존해 급격히 성장한 공간은, 그 자원이 사라지는 순간 유지될 수 없게 되고 대안이 없을 경우, 도시는 자연스럽게 비워진다. 이 과정에는 드라마틱한 사건이 필요하지 않고, 경제 구조의 변화만으로도 충분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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