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허수아비가 더 많은 마을
"일본, 나고로 마을" 이 이렇게 변해버린 이유
일본 시코쿠 섬의 깊숙한 산길을 따라 한참을 들어가다 보면, 처음 이곳을 찾은 사람들 대부분은 비슷한 순간에 멈춰 서게 된다. 길가에 서 있는 누군가를 보고 반사적으로 인사를 하려다, 그 사람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다. 자세히 보면 그들은 사람이 아니다. 옷을 입고 앉아 있지만 숨도 쉬지 않고, 눈을 마주쳐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이곳은 일본 도쿠시마현의 산골 마을, **나고로 마을**이다.

나고로 마을은 ‘허수아비 마을’이라는 별명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마을 곳곳에 실제 사람처럼 만들어진 허수아비들이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버스 정류장 의자에 앉아 있는 허수아비, 학교 교실 책상에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는 허수아비, 밭에서 일하는 자세로 서 있는 허수아비까지,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섬뜩할 정도로 사실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이 허수아비들은 관광용 조형물이 아니라, 한때 이 마을에 살았던 사람들을 대신해 만들어진 존재들이다.
이 마을이 처음부터 이렇게 된 것은 아니다. 나고로 마을 역시 일본의 수많은 농촌 마을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산간 마을이었다. 강을 따라 작은 논밭이 이어져 있었고, 주민들은 농사를 지으며 조용한 일상을 유지했다. 아이들이 있었고, 학교가 있었으며, 마을 공동체는 느리지만 분명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그러나 일본 사회 전반에 걸쳐 진행된 변화는 이 작은 마을을 비껴가지 않았다.
먼저 젊은 사람들이 떠났다. 도시로 나가 학교를 다니고, 직장을 구하면서 돌아오지 않게 된 것이다. 이는 나고로 마을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일본의 고도 성장기 이후, 지방 농촌 지역에서는 비슷한 일이 반복되었다. 문제는 떠난 사람들이 다시 돌아올 이유가 점점 사라졌다는 점이었다. 농업만으로는 안정적인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웠고, 의료 시설과 생활 인프라도 도시와의 격차가 점점 벌어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마을의 평균 연령은 빠르게 높아졌다. 아이들이 사라지자 학교는 먼저 문을 닫았고, 학생이 없는 교실은 그대로 비어 있었다. 학교가 사라진 마을에는 새로운 가정이 들어오지 않는다. 이는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실제 생활 조건의 문제였다.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환경이 되면서, 남아 있던 주민들조차 자녀가 있는 도시로 이동하게 되었다.
나고로 마을의 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눈에 띄게 드러난 것이 아니다. 주민 수는 해마다 조금씩 줄어들었고, 그 과정은 너무 느려서 ‘사라진다’는 표현조차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 마을에는 사람이 거의 남지 않게 되었다. 지금 이곳에 실제로 거주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한때 수백 명이 살았던 마을이, 사실상 고령의 몇 명만 남은 상태가 된 것이다.

이 마을이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한 계기는, 한 주민이 떠나간 이웃들을 기억하기 위해 허수아비를 만들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빈자리가 너무 많아졌고, 마을이 점점 ‘아무도 없는 공간’처럼 느껴지는 것이 견디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허수아비는 농작물을 지키기 위한 도구였지만, 이곳에서는 사람의 자리를 대신하는 상징이 되었다. 그 허수아비 하나하나에는 실제로 존재했던 사람의 이름과 역할이 담겨 있다.
버스 정류장에 앉아 있는 허수아비는 매일 그곳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주민을 떠올리게 하고, 교실에 앉아 있는 허수아비들은 더 이상 돌아오지 않는 학생들을 상징한다. 이 마을에서 허수아비는 장식물이 아니라 기록이다. 말로 남기지 못한 이야기들을 대신 전하는 존재다.
겉으로 보면 나고로 마을은 독특하고 기이한 장소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조금만 시선을 넓혀보면, 이 마을은 일본 사회가 겪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그대로 보여주는 축소판에 가깝다. 지방 소멸, 고령화, 도시 집중화라는 단어들이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이곳에서는 그 결과가 눈에 보이는 형태로 드러난다. 사람이 떠난 자리를 허수아비가 대신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많은 것을 말해준다.
나고로 마을에는 재개발 계획도, 대규모 복원 사업도 없다. 관광객이 찾아오기는 하지만, 이 마을이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 허수아비는 사람을 대신할 수 없고, 공동체는 상징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마을이 주는 인상은 단순한 쇠락이나 비극에 머물지 않는다.
이곳은 사람이 사라진 뒤에도 무엇이 남는지를 보여준다. 집은 남고, 길은 남으며, 기억을 붙잡으려는 시도도 남는다. 나고로 마을의 허수아비들은 “여기에 사람이 살았었다”는 사실을 끝까지 부정하지 않으려는 흔적이다. 완전히 비어버린 마을이 아니라, 사라짐을 기록하는 마을이라는 점에서 이곳은 오히려 강한 메시지를 가진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일본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비슷한 마을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람들은 흔히 대형 재난이나 극적인 사건을 떠올리지만, 실제로 많은 마을은 이렇게 조용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사라진다. 나고로 마을은 그 과정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장소 중 하나다.
이 마을을 보고 난 뒤, 사람들은 종종 같은 질문을 하게 된다. “이건 특별한 이야기일까, 아니면 우리의 미래일까.” 나고로 마을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곳의 이야기가 너무 낯설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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